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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YouJungJang 2022. 4. 14. 00:39

 

 #서론 

 

    갓 스무 살이 되어 드디어 나도 어른이 되었다는 기대와 설렘에 뛸 듯이 기뻐했던 것도 잠시, 시간은 빠르게 흘러 나는 어느덧 스물셋, 스무 살 중반에 들어섰다.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 항상 막내로 들어가 일을 배웠었는데 이제는 내가 스무 살 동생들을 가르치며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대학교 신입생으로 들어가 고학번 선배들을 우러러보던 그때의 나는 금세 가장 꼭대기의 4학년 선배가 되었다. 코로나를 핑계로 근 2년을 집에서 칩거하며 기계처럼 매일 빽빽이 짜인 시간표에 맞춰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나는 졸업과 취업을 앞둔 막 학기의 문턱에 놓였다.  미래의 방향성을 어디로 어떻게 결정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이번 해, 나는 도망치듯 휴학을 결정했다.

 

    휴학을 하고 서울 자취를 시작하면서 학교 도서관에 자주 들렸다. 1학년 때는 정말 오래되고 낡은 학교 도서관이 싫었는데, 코로나 기간 동안 중앙 도서관 전체 건물이 리모델링을 해서 꽤나 근사해졌다. 나는 4학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학교에서 책을 대출해봤는데, 막 학년에 도서관을 열심히 다니면서 등록금 뽕을 뽑기로 다짐했다.

 

   우리 학교 중앙 도서관 2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책들이 가득하다. 나는 주로 소설책을 즐겨 읽는데, 그날은 홀린 듯 수필 코너를 찾았다. 수많은 책들 중 내 나이 '스물셋'이라는 단어가 내 눈에 띄었고, 그 뒤로 따라 나온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제목은 내 흥미를 사로잡기에 충분히 자극적이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이 책을 만났다.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조은수 지음

 

 

 

#줄거리

 

    이 책은 10개월간 저자가 아프리카 여행을 가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수필 형식으로 담아냈다. 한국에서 출발해 수단을 시작으로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 다시 한국. 그녀는 각 나라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데, 신비로운 아프리카 생활에 사람 냄새나는 일화들을 녹여내서 재밌게 풀어 나가는 전개에 나는 앉은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끝까지 읽었다. 사실 아프리카는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일 거라 장담한다. 동물 다큐에서 얼룩말과 기린, 사자가 드넓은 들판을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하면 얼마나 근사할까 하는 꿈은 누구나 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치안과 수많은 해충, 끊임없는 내전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프리카 여행을 쉽게 결정하기는 힘들다. 

 

    주인공이자 저자 은수는 스물셋에 가족과의 관계, 과거 친오빠의 죽음,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인생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고 방황하던 중 무작정 아프리카로 떠났다. 무작정 떠난 탓에 첫 도착지 <수단>이 이슬람 국가인지, 술이 불법인지도 모른 채 떠났고, 황량한 사막 나라에서 그렇게 여정을 시작했다. 수단에서 친해진 아저씨를 통해 얻은 술을 경찰의 눈을 피해 몰래 마시기도 하고, 그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이브라힘(텍스트로만 봐도 정말 귀여운 이슬람 청년..)이라는 청년과 친해져서 배 위에서 매일 낚시하고 갑판에서 잠을 자며 자유로운 뱃사람이 되기도 하고, 그렇게 건너 건너 알게 된 인맥으로 영어 학원 알바를 하는데 사기를 당해 경찰서에 가기도 하는 파란만장한 삶이 그려진다. 그녀의 대담함이 정말 부럽다.

 

    두 번째 여행지는 에티오피아다. 우리에게는 커피의 나라로 익숙한 에티오피아에서 그녀는 원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흙 집'에 머문다. 잘 짜인 나무틀에 진흙과 소똥을 발라 만든 집에서 생활하면서 그녀는 흡혈 벌레들로 인해 많은 고생을 한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었던 히룻이 생커피콩으로 직접 만들어준 맛있는 커피(만드는 과정과 맛 묘사 장면을 읽어보면 꼭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녀를 잘 따르는 귀여운 아이들, 따뜻하게 대해주는 동네 어르신들 덕분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에티오피아에 머물렀다. 

 

    그 뒤로 18시간을 미니버스에서 엄청난 고생을 한 끝에 고래를 직접 목격했던 마다가스카르, 한국어 수업을 듣는 대학생 데스몬드를 만난 케냐,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인 마사이 족의 전통문화를 소개한다. 마사이 사회는 극도의 남성 중심 사회인데 남성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용맹함을 강요하고 그를 증명하기 위해 15세 전후에 마취 없이 포경을 시킨다. 가장 끔찍한 것은 아무런 마취 없이 진행됨에도 결코 소리를 지르거나 얼굴을 찡그려서는 안 된다. 고통을 드러내는 것은 전사 마사이족 최대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성도 전통 성인식인 할례를 강제로 받는데, 부모들은 지참금에 눈이 멀어 아이들을 최대한 빨리 결혼시키려고 하고 결혼을 하려면 할례가 필수이기 때문에 많은 여자 아이들이 조혼과 할례로 고통받고 교육의 기회를 빼앗겼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고 화가 났다. 케냐 카자아도에 AIC 여자기숙초등학교는 이런 아이들을 구조하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가서 구조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

 

 

 

#인상 깊은 부분

 

    수단에서 만난 이슬람 청년 이브라힘과의 일화는 정말 간질간질하고 귀엽다. 저자가 사기를 당했을 때도, 경찰서에 갔을 때도 함께하며 목소리를 내주었고, 그녀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며 아프리카에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마지막에 헤어질 때 이브라힘이 글쓴이에게 귀여운 고백을 하는데 거기서 내가 당사자인 것 마냥 두근거렸다. 자기가 대통령이 돼서 한국에 찾아갈 테니 그때 결혼해달라는 것이다..! 귀여운 고백이 인상 깊어서 사진으로 찍어뒀다.

 

귀여운 이브라힘

 

 

 

#추천하고 싶은 이유

 

    이 책은 나와 같이 혼돈의 스물셋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조금 더 대담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주위의 시선, 미래에 대한 부담감에 지칠 때는 우리도 배낭 하나 메고 대책 없이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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